데이터 시각화로 보는 2020 주거실태조사 보고서
의식주(衣食住)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기본 요소입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시기가 찾아온 이후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더욱 늘어났고, 자연스럽게 ‘주거 환경’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어요. 누구나 더 나은 주거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살고 싶은 바람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요!
오늘은 최근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2020년도 주거실태조사 통계 보고서를 바탕으로 주거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느 지역, 어떤 형태의 주거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나요? 지금 주거 공간에 만족하시나요?
데이터 시각화로 톺아보는 2020년 주거실태
주거실태조사는 우리 국민의 가구특성, 주거환경, 주거이동 등 주거생활의 전반적인 사항을 조사하는 통계입니다. 일반조사는 짝수 해에, 정책조사(특수가구조사)는 홀수 해에 진행하다가 2017년부터는 매년 시행하고 있습니다. 아래에서 보여드릴 차트의 기간(X축)이 2년 단위였다가 1년 단위가 된 것도 이 때문이에요.
주거실태조사 보고서에서는 주로 라인과 막대차트를 활용하고 있었습니다. 라인차트는 연속적인 값을 나타내고, 막대차트는 막대의 간격을 시간의 간격이라고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일정한 시간 간격의 데이터를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X축 값을 잘 보아야 해요. (막대차트에 관한 이야기는 [데이터 시각화의 재구성 #1] 막대차트, 무작정 그리지 마세요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으니, 관심 있다면 글을 읽어보세요:))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2020 주거실태조사에서 활용한 데이터 시각화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내 집’에서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여러분은 ‘적절한 주거환경’에서 살고 계시나요? 저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유엔 해비타트(UN HABITAT)는 “단지 머리를 가릴 수 있는 지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사생활 보호, 적절한 공간, 물리적 접근성, 적절한 안정성, 점유 안정성, 구조적인 안정성과 내구성, 적절한 조명․난방․환기, 물 공급과 위생 및 쓰레기 처리 시설과 같은 적절한 기반시설, 바람직한 환경의 질과 건강에 관련된 요소들, 일자리와 기본적인 편의시설에서 멀지 않은 적절한 입지 등을 의미하며, 이 모든 것이 부담할 만한 적절한 지출을 통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적절한 주거’를 정의하고 있어요.
*1978년 설립된 유엔(UN) 산하기구로 인간 정주(한곳에 정착해서 오래 산다)에 관한 정책 및 프로그램 개발, 기술⋅재정적 측면에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적절한 주거’라는 개념은 주거 안정성과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2020 주거실태조사에서는 자가점유율과 자가보유율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내 집이 있으면 전⋅월세 가격 변동이나 이사 걱정을 덜 할 테니까요.
<지역별 자가점유율(%)>
자신이 소유한 집에 사는 가구의 비율을 자가점유율이라고 합니다. 전체 가구의 57.9%가 자가에 거주하고 있어요. 지역별로 살펴보면 도지역은 소폭 상승, 수도권 및 광역시는 소폭 감소하였으나 대체로 지난해와 유사하게 나타났습니다.
<지역별 자가보유율(%)>
자가보유율은 자신이 집을 소유하고 있지만, 다른 공간에서 사는 가구의 비율을 말합니다. 전국 기준 60.6%가 자가를 보유하고 있네요. 지역별로 살펴보면 도지역은 71.4%, 수도권은 53.0%, 광역시 등은 62.2%를 보입니다. 전년 대비 도지역은 상승, 수도권 및 광역시 등에서는 감소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내 집’에선 얼마나 오래 살까?
여기서 한가지 궁금증이 생겼어요. 주거 안정성이 높다는 것이 자가 비율이 높다는 의미일까요? 얼마나 오랜 기간 같은 공간에서 거주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현재 주택 평균 거주기간(년)>
전체가구의 평균 거주기간은 7.6년입니다. 2020년 기준 점유형태별로 보면 자가가구는 10.6년, 임차가구는 3.2년으로 자가가구의 거주기간이 훨씬 깁니다. 조사가 시작된 시점인 2006년 이후 데이터를 살펴보면 자가가구는 10년~12년 사이, 임차가구는 3년 정도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역시 자가가구가 한 집에서 오래 거주하고 있네요. 주거 안정성이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일까요? 이래서 많은 사람이 내 집을 가지고 싶어 하나 봅니다.
‘내 집’을 구매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내 집을 마련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얼마나 될까요? 주택 구매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는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인 PIR(Price Income Ratio)을 사용합니다. 주택가격의 중간값을 가구당 연소득의 중간값으로 나누어 산출하는데, PIR이 10배면 10년의 소득을 모아야 주택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배)>
2020년 자가가구의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PIR)는 전국 5.5배로 전년 대비 소폭 상승하였습니다. 수도권은 8배, 광역시 등에서는 6배, 도지역은 3.9배로 수도권의 PIR이 가장 높게 나타납니다.
<생애최초 주택마련 소요연수>
생애최초 주택마련 소요연수는 7.7년으로 2019년 대비 1.2년이 늘어났습니다.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며 내 집 마련에 걸리는 시간도 늘어난 것입니다. 생애최초 주택마련 소요연수는 가구주가 된 이후를 기준으로 합니다.
연소득을 100% 모았을 때 이 정도 기간이 걸린다는 의미인데요, 이번 통계는 2020년 6월 셋째주 월요일, 전년도 월평균 소득이 기준이라고 합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9년 4인가구 기준 중위소득은 4,613,536원인데요! 서울의 집값이 연일 상승하는 가운데 8년 정도 모으면 집을 살 수 있다는 결과가 조금 의아합니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통계의 기준 때문입니다. 수도권에서 서울이 제외되었거든요. 또한, PIR은 중간값을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가 주택이나 고소득층의 영향을 덜 받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PIR이 낮게 나타난 거예요.
집값이 가장 비싼 서울의 통계를 제외하고 통계를 작성한 것은 석연치 않았습니다. PIR을 낮추려고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서울의 PIR을 조사한 데이터를 찾아보았어요.
<수도권(서울 제외)과 서울의 PIR 비교>
2020년 6월 발간된 KB주택가격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연소득(5,655만 원)과 주택가격(80,541만 원)이 각각 3분위인 경우 서울의 PIR은 14.2배로 나타납니다. 국토교통부에서 제시한 수도권 PIR 결과와는 큰 차이를 보여요.
이 보고서에서 서울을 포함했다면 더 높은 PIR이 나타났을 거예요. 이처럼 통계는 어떤 값을 포함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입니다. 어떻게 가공하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지고요. 이 때문에 데이터를 보는 사람의 해석 능력이 필요합니다.
‘내 집’을 마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연소득만으로 내 집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주거형태와 세대를 불문하고 정책자금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주거형태별 가장 필요한 주거지원 프로그램>
주거형태별로 보면 자가가구는 주택구입자금 대출 지원, 전세가구는 전세자금 대출지원, 보증금이 없는 월세가구는 월세보조금 지원을 가장 필요한 주거지원 프로그램이라고 응답했습니다.
<세대별 가장 필요한 주거 지원 프로그램>
세대별로 살펴보아도 만 19세 이상~34세 이하인 청년가구는 전세자금 대출지원, 혼인한 지 7년 이하인 신혼부부가구의 거의 절반인 48.6%가 주택구매자금 대출지원(39.1%)을 1순위로 꼽았습니다. 가구주의 연령이 만 65세 이상인 고령가구도 주택구매자금 대출지원(24.7%)을 가장 필요로 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데요, 공공임대주택은 공공주택사업자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건설, 매입 또는 임차하여 공급하는 주택을 말합니다.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목적으로 공급하느냐에 따라 영구임대주택, 국민임대주택, 행복주택, 통합공공임대주택, 장기전세주택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임대주택은 주거 안정성을 높일 수 있겠지만, 소유의 개념은 아닙니다. 임대주택이 ‘내 집’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채워줄 수 있을까요?
<주택 보유 의식>
주택 보유 의식을 조사한 결과 전체 가구 중 87.7%가 내 집을 꼭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고, 이 중 86.7%가 주거안정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런 결과를 볼 때 공공임대주택은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쉽지 않은 ‘내 집’ 마련
정부는 “지속적인 주택 공급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고 수준의 가구분화로 인해 자가보유율이 2019년 61.2%에서 60.6%로 감소하였다”며 “다만 2021년 들어 공급 선행지표인 아파트 인허가·착공 실적 등이 증가하고 있으며, 그 동안 발표한 공급대책(5.6, 8.4, 2.4대책 등)을 통해 충분한 물량이 추가 공급될 예정이므로, 자가보유율이 점차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정부는 낙관하는 모양새이나 통계를 살펴본 결과 크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하나같이 공급 물량이 부족하다는 반응인데, 공급대책은 기혼자 위주이거나 아니면 공공임대주택이 대부분이었거든요. 2020년 통계청의 인구총조사 결과를 보면 1인 가구가 31.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도 말이에요. 또한, 임대주택은 ‘내 집’을 원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해요.
건축가이자 홍익대학교 건축학 전공 유현준 교수는 여러 인터뷰 등에서 청년에게 임대주택을 주는 것은 2030세대를 영원히 가난하게 만드는 정책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5년, 10년이 지나면 집을 소유하기 더 어려워질 테고, 계속 임대주택과 정치인에게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고요.
‘내 집’을 마련하기는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공간에서 살아가게 될까요?
*참고
– 국토교통부, 2020주거실태조사
– 보건복지부, 기준 중위소득 추이
– 통계청, 2020 인구주택총조사
–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월간 KB주택가격동향
Editor. 브랜드 마케팅팀 귤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