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은 노후화된 원전의 위험성과 이에 따른 국민의 불안을 고려해 탈원전 정책을 선언했습니다. 이에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는 영구 정지, 신고리 5·6호기는 일시 중단됐습니다. 그러나 신고리 5·6호기의 갑작스러운 건설 중단은 여러 우려를 낳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전력 3분의 1을 생산하는 원전의 빈자리와 건설 중단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등의 이유 때문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데이터를 통해 원전을 둘러싼 이야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 전력 3분의 1은 원전을 통해 생산
지난 30년간 우리나라의 전력 소비량은 어떻게 변화했을까요? 에너지경제연구원의 한국전력통계 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전력 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1981년 1인당 915kWh 사용량에서 2015년 9,555kWh로 약 10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용도별로 비교해보면 전체 전력 중 제조업 50.9%(252,824,020MWh), 서비스업 27.8%(137,982,086MWh) 순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가정의 경우 13.3%의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한전경제경영연구소, 2016)
그렇다면 우리나라 전력은 어떤 연료를 통해 생산될까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료는 석탄 40.6%이며, 원자력은 31.7%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 전력의 3분의 1이 원전을 통해 공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국내에는 총 24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갑론을박, 원전의 장단점은 무엇?
2.1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발전 연료
전력을 생산하는 다른 연료에 비해 원전이 매력적인 점은 바로 경제적인 측면에 있습니다. 한국전력거래소가 공시한 ‘정산 단가’는 각 연료가 전기에너지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발전 단가)에 설비 구축 등의 제반비용을 포함한 금액으로, 원자력의 정산 단가는 1kWh당 49.58원으로 다른 연료에 비해 가장 낮습니다.
뿐만 아니라 원자력발전은 다른 연료에 비해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습니다. 전기에너지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석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68 g-co₂/kWh으로 원자력(9 g-co₂/kWh)에 비해 약 100배 이상 차이납니다. 원자력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신재생에너지인 수력(16g-co₂/kWh)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전력 생산 과정에 있어서 친환경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2.2 감당하기 버거운 폐기물처리와 사고위험비용
원자력을 통한 전력 공급은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임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원전은 방사성물질인 우라늄을 사용해 전기 발전 과정에서 핵폐기물을 생성합니다. 현재 생성된 핵폐기물은 임시 저장 시설로 옮겨지는데, 이를 폐기하는 시설은 따로 없는 상황입니다. 임시 저장 시설에 있는 핵폐기물 관리를 위한 상당한 비용이 지출되고 있습니다. 방사성폐기물 관리 비용은 원자로 타입(2014년 기준 국내 원자로 타입은 원자력 1000, 원자력 1400 두 가지만 존재)에 따라 달라지는데 원전 1호기당 1조2519억원-1조9619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방사성 폐기물 관리 비용 = 중전준위방 방사성폐기물 관리비용 + 사용 후 핵연료 관리부담금 + 폐로 해체 비용)
핵폐기물 관리 비용 뿐만 아니라 그외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도 단점입니다. 사회적 비용의 대표적인 사례로, 특히 원전 사고 등으로 인한 막대한 피해 비용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2011년 일본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등은 이러한 원전사고의 위험성과 사고위험비용에 대한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수력원자력은 ‘사고위험비용’으로 kWh당 0.03원을 부담하고 있습니다. 사고위험비용은 1kWh당 0.08원에서 59.8원으로 추정법에 따라 상이합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을 적용하면 1kWh당 0.08원으로 가장 낮지만, 발전소 주변 지역의 인구밀도를 고려한 기준(상호부조법 GIS기준)을 적용하면 59.8원으로 나타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원전 밀집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이를 고려한 상호부조법(GIS기준)으로 계산하면 343조원의 사고위험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2016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약 1486조원임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큰 비용이 들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공론화 시민참여단, 신고리 공사는 재개하기로, 앞으로 정책 방향은 탈원전으로!
원전이 갖고 있는 장·단점이 극명함에 따라 ‘탈원전’ 정책의 찬반 논쟁도 팽팽합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자 정부는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국민들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7월 시작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무작위로 선정된 500명의 시민참여단이 3개월에 걸쳐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공론화위원회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요?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의 최종 결정을 하기 전, 3번에 걸쳐 재개·중단·유보 의견을 조사했습니다. 최종 조사 결과는 건설 재개(59.5%) 의견이 건설 중단(40.5%) 보다 19%p 높게 나타났습니다. 1차 조사 때 건설 재개(36.6%)의 의견이 건설중단(27.6%)보다 9%p 높았던 것보다 격차가 더 벌어진 결과 입니다. 설문조사를 거듭할수록 두 의견의 격차가 증가한 이유는 판단유보의 비율이 다수 건설 재개 쪽으로 옮겨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결정에 배경이 된 기준은 무엇이고, 시민참여단의 판단은 어땠을까요? 위의 ‘최종 판단의 결정요인’ 산점도 그래프를 살펴보면 시민참여단이 최종 결정시 중요하게 고려한 요인을 7점 척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로축은 ‘건설 중단’, 세로축은 ‘건설 재개’의 입장이 판단한 각 요인별 중요 정도입니다. 건설 재개와 건설 중단 두 입장의 시민참여단 모두 안전성 측면(평균 6.7점)을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전기요금 측면(평균 5.7점)은 가장 중요하지 않은 요인으로 판단했습니다. 차트 영역 내 보조선을 기준으로 요인들의 위치를 살펴보면, 각 입장이 다른 입장보다 중요하게 생각한 요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건설 재개 쪽(왼편)은 안정적 에너지공급 (6.6점)과 전력공급 경제성 측면(6.4점) 등의 요인을, 건설 중단 쪽(오른편)은 안전성 측면(6.8점)과 환경성 측면(6.4점)을 강조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편, 앞으로의 원전 정책에 대한 공론화 위원회의 입장은 어땠을까요? 시민참여단 중 과반이 넘는 53%가 원전을 장기적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유지하자는 의견은 35.5%, 확대하자는 의견은 9.7%로 비교적 낮게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원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문제를 이슈로 한 이번 공론화위원회는 국민의 민주적인 의사결정이 정책에 반영되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으나, 여전히 원전 자체에 대한 사람들의 입장차는 존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원전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원전 확대이든 축소이든, 그 미래는 우리들의 지속된 관심과 사회적 합의 과정에 달려 있지 않을까요?
By 브랜드팀 김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