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기획팀 디자인 리서치 리뷰 연말 결산
1. ‘디리리’, 우리의 창의성을 끌어올리는 시간
뉴스젤리 기획팀 안에는 다양한 직군이 있습니다. 디자이너인 저를 비롯해서 기획자, 마케터가 한 데 모여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고 있죠. 평소에는 각기 다른 일을 하는 이들이지만 브랜딩 관련 업무나 자체 프로덕트 등을 기획할 때는 함께 똘똘 뭉쳐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한답니다. 그런 때에 직무 간 경계 없이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며 사고의 폭을 넓히기 위해 기획팀에서는 2-3주에 한 번씩 트렌드 챗 타임을 갖고 있는데요! 이게 바로 오늘 소개해 드릴 기획팀의 자랑거리, 디자인 리서치 리뷰(이하 ‘디리리’) 입니다.
디자인 리서치 리뷰, 말 그대로 디자이너인 제가 리서치한 것들을 같이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인데요. 이름에는 디자인이 들어가 있지만 주제는 결코 디자인에만 한정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어떤 주제든 함께 살피면서 깊이 생각할 수 있고 이야기를 나눌 수만 있으면 ‘오케이’죠.
2023년 9월부터 운영된 기획팀의 ‘디리리’는 올 초 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가끔 개발팀도 참여 신청을 보낼 정도로 유명해졌습니다. 이런 ‘디리리’를 1년 넘게 꾸준히 진행해 보니 여러모로 팀워크 빌딩에 도움이 되어, 다음 주부터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이하 ‘세모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확장하기로 했는데요. 이제는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기획자와 마케터도 직접 공유할 것들을 찾아보면서 좀 더 다양한 이야기와 관심사를 나누기 위해서입니다. ‘디리리’라는 이름은 이제 끝이지만 같은 포맷으로 더 큰 규모의 내부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하니 아쉬움도 잠시뿐, ‘디리리’의 초대 운영자로서 아주 뿌듯합니다!
2. ‘디리리’는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켰나
평소 기획팀 구성원들은 ‘디리리’ 시간을 꽤나 즐겁게 보냈는데요! 어떤 날은 회의실 밖까지 웃음소리가 나오기도 하고, 어떤 날은 진지하게 각자의 생각을 공유하기도 했어요. 이런 ‘디리리’를 통해 뉴스젤리 기획팀은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떻게 변화했을까요? 먼저 ‘디리리’가 기획팀에게 미친 좋은 영향을 3가지 관점 -소통, 업무적 인사이트, 트렌디한 감각- 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소통’이 활발한 팀으로
무엇보다도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디리리’의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직무도, 전공도, 나이도 다른 사람끼리 모이다 보니 혼자서는 생각지도 못한 해석을 들을 기회가 생긴 것이죠. 개인의 자그마한 관심사부터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지까지, 저희가 나누는 대화 안에는 깊은 고민과 다채로운 관점이 담겨 있는데요. 이렇게 동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생기니 서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혼자서는 아마 떠올리지 못했을 질문을 주제를 두고 서로 다른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이, 서로를 더 이해하고 생각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요. 덕분에 ‘디리리’ 이후부터는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 공통의 이해를 만들기가 쉬워지기도 했습니다.
(2) 시시때때로 발견하게 되는 ‘업무적 인사이트’
뉴스젤리의 전문 분야인 데이터 시각화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과학, IT 등 다양한 분야로 리서치를 확장하니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기도 했습니다. 뉴스젤리 도메인 특성상 시각화 관련해서는 각자 평소에 찾아보는 게 많으니 아무래도 익숙한 편인데요. 이렇게 익숙한 걸 넘어서 새로운 분야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니 그간 시도해 보지 않았던 방향으로 업무도 도전해 보게 되고, 덕분에 참신한 결과가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3) 퀄리티를 만드는 ‘트렌디한 감각’
‘디리리’ 덕분에 모두들 미적 감각을 키울 수 있게 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디자이너로서 좋은 걸 보여드려야겠다는 욕심에 매일 아침 30분씩 디자인 리서치를 진행하곤 했는데요, 이 덕에 꾸준히 트렌드를 찾아보고 팔로업하는 습관이 생겼죠. 그렇게 선별한 자료들을 가지고 디자이너가 하나하나 설명해 주니 마케터와 기획자도 본인 업무의 외적인 퀄리티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감을 잡아갈 수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실제로 ‘디리리’를 시작한 이후부터는 프로젝트 진행 시에 기획자가 먼저 비주얼 컨셉을 제안해 주기도 하는 등, 여러모로 모두의 미적 기준이 높아졌다는 것이 느껴지곤 합니다.
종합하면 ‘디리리’는 팀워크를 향상시켜 팀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디자이너 혼자 준비해도 이 정도의 효과가 있었는데, 이제 ‘세모이’로 개편되어 모두가 공유에 참여하는 시간이 된다면 더욱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되네요!
3. 2024년 ‘디리리’로 돌아보는, 우리에게 영감을 준 것들
그리하여 오늘은 2024년 마지막 ‘디리리’를 기념하고, 또 저희가 경험한 의미 있는 시간을 여러분께 공유하기 위해 올해 ‘디리리’ 시간에 살펴보았던 자료들을 몇 가지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한 해 동안 함께 본 리서치 자료만해도 149개라, 그중 어떤 것을 선정하면 좋을까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요! 고심 끝에 앞서 언급한 ‘디리리’가 끼친 좋은 영향 3가지 -소통, 업무적 인사이트, 트렌디한 감각-마다 적합한 사례들을 2가지씩 선정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이번 글을 통해 짧게나마 ‘디리리’ 시간을 경험해 보시기를, 그 안에서 저희의 모습과 이야기를 재밌게 읽어 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3-1. 소통 : 우리를 수다스럽게 한 것들
a. 열띤 토론의 시작 :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 예술가의 역할은 무엇일까?
연초부터 세르비아의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예상치 못한 행보 덕분에 디리리 시간이 후끈 달아오르게 되었습니다. 아브라모비치는 1947년 유고슬라비아에서 태어나, 유년기 이후 유고연방이 붕괴되면서 혼돈의 시기를 경험하며 성장했는데요.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그의 작품은 고통을 다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브라모비치는 주로 몸과 정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상황을 연출하고, 그 과정에서 보이는 인간의 유약함, 그리고 그것과 대비되는 사회의 잔혹함을 표현합니다. 여기서 사회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인 시선을 읽을 수 있죠.
그런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올해 1월, 본인의 장수 비결을 담은 스킨케어 브랜드를 론칭하고 건강 보조제를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간 작가가 보인 행보와는 상충하는 듯한 모습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죠! 논란의 스토리인 만큼 기획팀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먼저 ‘예술가도 인간이며, 완벽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는데요. 예술가는 하고 싶은 것을 했을 뿐이며 그 행위 및 발언에 주목한 것은 대중이므로, 예술가는 대중의 반응에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만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요. 반대로 ‘사회를 논함으로써 명성을 얻은 예술가는 본인의 발언과 행보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아무나 이러한 행보를 보인다고 우리가 충격받지는 않겠죠. 아브라모비치처럼 목소리를 냈던 예술가에게는 우리가 사회의 어른으로서 기대하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신중하지 못한 선택으로 인해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서로 주장과 반박을 반복하면서 다름을 인정하고 합의점을 만들어 나가는 시간을 보냈는데요, 어떤 다른 의견이 있는지도 알 수 있었고 동료들 개개인의 성향도 엿볼 수 있는 활발한 토론 시간이 되어 매우 즐거웠답니다! 아브라모비치의 스킨케어 프로젝트, 여러분은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b. 피부로 느껴지는 디자인: Zoltán Visnyai, <The BURNOUT Issue>
헝가리의 그래픽 디자이너 Zoltán Visnyai가 디자인한 <The BURNOUT Issue>는, 디리리 초창기에 디자인 프로세스를 낯설어하던 팀원들에게 디자인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게 된 리서치 자료입니다. 디리리 시간에 대한 공통의 이해를 다지게 된, 의미 있는 디자인 리서치 자료였죠!
우리에겐 낯선 헝가리어로 되어있어 읽어볼 수 없음에도 스트레스의 기운을 단번에 느낄 수 있게 하는 디자인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는데요. 어떤 이유로 우리가 곧장 주제를 파악할 수 있었던 건지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한번 설명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주제에 맞는 포인트 컬러의 사용입니다. 번아웃과 스트레스라고 하면 흔히들 붉은색을 먼저 떠올릴 것 같은데, 디자이너는 의외로 파란색을 활용하고 있죠? 파란색은 많은 IT 기업에서 브랜드 컬러로 사용할 정도로 차분하고 신뢰감 있는 인상을 주지만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는 우울하고 고독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디자이너는 바로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포인트 컬러를 파란색으로 선정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번아웃이란 다 소진되고 모든 열정과 성취감을 잃는 것을 말하기 때문에 우리가 1차적으로 떠올리는 극심한 스트레스의 붉은색보다는, 무기력함과 우울함이 느껴지는 파란색이 더 가깝다고 판단한 것이죠.
파란색은 또한 컴퓨터의 블루스크린, 스톡 이미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크로마키 배경색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사무용품에 많이 사용되는 컬러이기도 합니다. 과중한 업무로 고통받는 현대인과 가장 가까운 색이라고 느껴지는데요. 번아웃이라는 주제 의식을 전달하기에 충분하지 않나요?
다음으로는 이미지의 사용입니다. 페이지 곳곳에는 열화상 카메라 이미지처럼 보이는 그래픽들이 삽입되어 있는데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형태이기 때문에 컬러로 온도 차를 표현하지 않아도 열감이 연상되면서 이를 자연스럽게 스트레스와 연관 지을 수 있죠.
<The BURNOUT Issue>는 이러한 비주얼 요소를 통해 효과적으로 주제를 전달했는데요. 읽어보지 않아도 내용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독자와의 ‘소통’에 신경 쓴 디자인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사례를 통해 저희도 각자의 업무에서 이러한 소통의 태도를 어떻게 적용해 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나눠보게 되었답니다!
3-2. 업무적 인사이트: 우리를 성장하게 한 것들
a. 뒤집어 생각하기: OPEN AI의 브랜딩 사례
2024년, 가장 첨단에 있는 키워드라고 하면 어떤 게 떠오르시나요? 많은 분들이 역시 AI를 떠올리실 것 같은데요. 그중에서도 우리가 ChatGPT로 잘 알고 있는 OpenAI(이하 오픈AI)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듯합니다. 작년에는 1억 명에 이르던 ChatGPT의 주간 사용자가 올해는 2억 명을 넘어섰을 정도라고 하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도 이미 오픈AI라는 이름이 익숙하실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런데 정작 오픈AI의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신 분들은 거의 없을 것 같은데요. 만약 들어가 보신 적이 없다면 이번 기회에 사이트에 방문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트를 활용한 브랜딩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감각을 경험해 볼 수 있기 때문이죠! 흔히 우리가 AI와 같은 신기술에 대해 떠올리는 ‘로보틱’, ‘미래지향적’과 같은 키워드를 완전히 뒤집는, 의외의 아티스틱함이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오픈AI는 왜 브랜드의 톤앤매너를 예술성으로 설정한 걸까요?
저는 이것을 휴머니티, 즉 인간성에 대한 헌사로 해석했습니다. 흔히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이성의 존재 여부로부터 온다고 하는데요. 인간은 이성을 기반으로 사유함으로써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개념을 이해하죠. 예술이란 바로 그러한 사고방식의 종합적인 형태로, 가장 인간적인 영역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오픈AI의 사명은 ‘인공지능을 통해 인류를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AI가 인류를 도울 수 있을 정도로, 인간만큼의 복잡한 정보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어필하기 위해 오픈AI는 예술의 이러한 특성을 활용했습니다. 사이트 전체적으로 사용된 파스텔톤의 추상 회화 이미지들에서는 기계로 찍어냈다기에는 너무나도 따뜻한, ‘인간적인’ 감수성이 느껴지죠. 마치 인공지능 또한 우리와 같은 지성을 지녔을 것만 같습니다. ‘곧 AI가 인력의 80%를 대체할 것’이라는, 오픈AI의 사명과 반대되는 여론 또한 들끓는 요즘, 이러한 브랜딩을 통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최소화하고 인본주의에 기초한 브랜드 메시지를 충실히 전달하고 있죠. AI 기업으로서 단순히 미래지향적인 조형 양식을 선택하지 않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봄으로써 보다 입체적인 브랜드를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우리 또한 앞으로 뉴스젤리 브랜드를 더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브레인스토밍이 필요할지 고민하게 하는, 의미 있는 자료였답니다.
b. 재미있는 데이터 시각화: Digital Culture Index
Digital Culture Index(이하 DCI)는 데이터 컨설팅 그룹 Synthesis에서 제작한 데이터 시각화 프로젝트로, 유럽 각국의 디지털 소비 현황을 통해 유럽을 탐구하고자 합니다. DCI는 각국의 유튜브, 스포티파이, 구글 데이터를 분석하여 나라마다의 디지털 사용 패턴과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각각에 적합한 마케팅적 인사이트를 얻고자 하는 목적으로 제작되었는데요. 데이터 시각화 전문 기업인 뉴스젤리의 디자이너로서, 지도 시각화 표현 방식뿐만 아니라 내용을 더욱 잘 전달하기 위해서 디자인이 해야 할 역할까지도 배울 수 있었던 뜻깊은 리서치 자료랍니다!
DCI는 앞서 말한 디지털 소비 현황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화적 패턴 유형을 몇 가지로 나눠 제시하는데요, 각 패턴에 해당하는 국가를 표현하는 방식이 특히 재미있었습니다. 우선 유럽 지도를 격자 모양으로 나눈 뒤, 지도에서와 동일한 위치에 각 나라를 두고 국기 컬러로 이를 표시해 주었는데요. 작은 아이디어지만 ‘디지털 → 픽셀화’로 이어지는 사고의 흐름이 읽히면서 표현 방식에 대한 디자이너의 고민을 엿볼 수 있죠.
픽셀화 외에도 디지털 무드를 나타내기 위한 여러 시도가 느껴집니다. 색상 또한 과거 NTSC 비디오 표준 테스트 패턴인 SMPTE 컬러 바를 떠올리게 하죠. 이 컬러들은 각각 사이트 내에서 특정 성격을 설명하는 단어 하나하나에 부여되기도 했는데요, 디지털을 개념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컬러를 확장성있게 활용했다는 점 또한 인상 깊었습니다.
다양한 컬러가 사용된 만큼 다른 요소는 최소화함으로써 자칫 어지러울 수 있는 화면을 잘 정리했다고 보이는데요. 가장 큰 목적은 페이지를 탐색하는 사용자에게 데이터에 기반한 마케팅적 인사이트를 주는 것이니만큼, 내용에 방해되지 않는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했겠죠! 따라서 검은색의 타이포그래피로 빈 화면을 구성하고 기본 도형과 선을 활용하여 심플하게 표현한 것이 매우 효과적으로 보입니다. 추후 데이터 시각화 프로젝트를 웹사이트 형태로 구축하게 된다면 여러모로 참고할 수 있겠다 싶은 자료였는데요! 다른 직무의 팀원들도 각자의 직무와 관련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어 흥미롭게 보았다는 의견을 전달해 주기도 했어요.
3-3. 트렌드: 우리의 오감을 깨운 것들
a. 모니터 너머로도 느껴지는 감수성: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공식 홍보페이지
저는 올해 초 ‘매월 최소 4개의 영화감상’을 2024년 목표로 세웠을 정도로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데요! 그중에서도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는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영화 중 하나였답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삽입된 음악이 너무 좋아서 곡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공식 홍보 페이지를 찾게 되었는데, 영화의 감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홈페이지에 감동받아 이를 ‘디리리’ 시간에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퍼펙트 데이즈>는 도쿄의 공중화장실 미화원, 히라야마의 일상을 중심으로 흘러갑니다. 매일 비슷한 일상은 언뜻 단조로워 보이지만 그 안에서도 우연이 만들어내는 잔잔한 변화들이 있죠. 홍보 사이트에는 영화엔 나오지 않은, 주인공의 나머지 353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enter’ 버튼을 클릭하면 353일 중 랜덤으로 하루를 서술하여 보여주는데 히라야마는 늘 비슷한 일상을 보내는 만큼 어느 날이 나와도 글의 내용은 똑같습니다.
배경으로는 아른거리는 빛의 이미지가 나오고 빠르게 스크롤을 내리면 풍경 사진이 등장하기도 하는데요. 이 풍경들은 사진 찍기가 취미인 히라야마의 작업물이면서 동시에 히라야마의 꿈에 나오는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영화에서 꿈은 주인공의 하루를 마무리시키는 장치이기도 하면서 영화 내에서 유일하게 어렴풋한 형상으로 등장하는 이미지이기도 한데요. 영화에서는 일부이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맥락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왜 히라야마의 하루하루를 서술하는 글의 배경으로 꿈을 선택했는지를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표현하는 텍스트 애니메이션과 동작 인터렉션도 개발적으로 매우 아름답게 구현되어 있었는데요. 스크롤 시 나타나는, 수면의 파동을 닮은 효과와 같은 것들이 내용을 시처럼 느껴지게 하기도 했습니다. 서정적인 영화인 만큼 낭만적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결과물이었죠.
위에서 잠시 언급했던 영화 속 음악들은 ‘collection’ 메뉴에 들어가면 확인할 수 있는데요. 영화에 나왔던 음악뿐만 아니라 히라야마가 읽은 책 또한 아날로그 감성이 느껴지는 방식으로 나열되어 있습니다. 빛이 바랜 듯한 푸른빛의 이미지가 마치 오래된 앨범을 보는듯한 인상을 주기도 하죠. 이러한 디테일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에서 기획과 디자인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감성적 어필이 있는, 미적 체험이 가능한 콘텐츠가 대중의 마음에 오래 남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죠!
a. 한 번쯤 써 보고 싶게 하는 디자인: Superpower의 랜딩 페이지
지난 1년간 같이 본 자료들 중에는 디자인적으로 정말 잘 만들어진 것들도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로 소개해 드릴 것이 바로 건강 관리 서비스 Superpower Health Inc.(이하 수퍼파워)의 랜딩페이지입니다. 랜딩 페이지는 고객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콘텐츠인 만큼, 고객이 왜 해당 제품을 써 봐야 하는지에 대한 논리적인 설득이 가능해야 하는 것은 물론, 제품의 매력 또한 어필할 수 있어야 하는데요. 솔직히 기획적인 면에서 수퍼파워의 랜딩페이지는 부족한 부분들이 많이 보였던 게 사실입니다. 기능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라든가, 어떤 원리로 프로덕트 내에서 나의 건강 정보를 볼 수 있는지가 모호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랜딩 페이지를 쭉 훑어본 팀원들은 이 서비스를 이용해 볼 의향이 생긴다고 이야기 했는데요. 무엇 때문일지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이를 정리해보았습니다.
처음 페이지에 진입하면, 스크롤 움직임에 맞춰 영상이 흘러갑니다. 동공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그래픽이 나타나고, 이것이 곧 대시보드 내 원형차트로 변하는데요. 직관적으로 이 프로덕트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돌아가겠구나 하는게 느껴지죠. 어디에도 설명되어 있지는 않지만 아마도 홍채인식을 통해 검진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고 예상하게 합니다.
실제 프로덕트를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은 여기뿐만이 아닌데요. 위에서 본 대시보드의 하단에 실제 서비스의 GNB 메뉴를 나열하고, 이를 클릭해서 각각의 메뉴를 경험해 볼 수 있게 했죠. 그리고 이 흐름에 나타나는 인터렉션과 애니메이션, 시각적 밸런스가 정말 매끄럽습니다.
스크롤을 내리다 보면 나이에 따른 건강 관리 로드맵을 보여주는 구간이 있는데요, 이 구간에서 강렬한 비주얼적 전환이 일어납니다. 사용자의 집중도가 흐려질때 쯤을 감안하고 표현 방식에 변주를 준 것인데요. 이런 요소들이 사용자가 끝까지 랜딩페이지를 재미있게 탐색할 수 있도록 하죠.
뿐만 아니라 컬러와 그래픽에서는 디자이너의 탁월한 감각이 느껴집니다. 헬스케어 프로덕트답게 에너지가 느껴지는 주황색을 활용하여 전체적으로 활력을 불어넣었죠! 계기판에서 많이 사용되는 모노 서체, 또 조준경 혹은 뷰파인더 프레임을 떠올리게 하는 그래픽에서는 전문적이고 테크니컬한 인상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디자인을 풍부하게 하는 이러한 요소들이 전체적으로 과하지 않게 활용되어 세련된 페이지가 완성되었다고 보여지는데요. 디테일한 시각적 설득을 통해 앞서 말한 기획적인 아쉬움을 보완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자체 프로덕트를 준비하고 있는 뉴스젤리에게도 많은 면에서 인사이트를 주는 자료였어요!
에디터의 한마디
지난 1년 3개월 동안 ‘디리리’를 진행해 오면서, 이 재미있는 자료들을 언젠가 한 번쯤 구독자 여러분들께도 소개할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해왔었는데요! 드디어 오늘, ‘디리리’의 리뉴얼 시점에 맞춰 여러분께도 뉴스젤리 디자이너의 큐레이션을 보여 드릴 수 있어 정말 뿌듯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사례 하나하나가 여러분의 시야 또한 넓히는 이야기가 되었기를 바라 봅니다.
또 이 자리를 빌려 ‘디리리’ 시간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 준 기획팀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네요! 매 ‘디리리’ 시간마다 제가 찾아온 자료들의 스토리를 특별하게 하는 것은 팀 구성원들의 참여와 의견이었습니다. 함께 소통함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업무적 인사이트를 얻고, 또 새로운 트렌드를 팔로업할 수 있었죠. ‘이야기가 있는 시각화’를 표방하는 뉴스젤리인 만큼 우리 안에 ‘이야기’를 중요시하는 문화가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다는 것 또한 ‘디리리’ 시간을 통해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 달부터 시작할 ‘세모이’는 다가올 2025년의 우리에게 또 어떤 이야기를, 영감을 불러와 줄까요? 분명 더욱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기에 더욱 기대하게 되네요! 다가올 2025년에도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로 독자 여러분에게 ‘세모이’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잠깐! 지금 뉴스젤리는 전 직군 채용 중입니다. 뉴스젤리에서는 기획팀의 ‘세모이’뿐만 아니라, 개발팀의 ‘DQ’, 격주로 진행하는 전사 티타임 등 다양한 내부 문화를 통해 좋은 동료들과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의 많은 지원 바랍니다.)
Editor. 기획팀 서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