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데이터 시각화 수상작, ‘소멸의 땅, 지방은 어떻게 사라지나’
지난 10월 27일 서울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2021 한국 데이터저널리즘 어워드가 열렸습니다. 올해로 4회를 맞이한 시상식은 올해의 데이터 시각화상, 올해의 데이터 기반 탐사보도상, 올해의 오픈 데이터상 등 우수한 한국 데이터 저널리즘 작품을 선정하는 자리입니다.
뉴스젤리가 데이터 시각화 전문 기업인만큼 여러 분야의 수상작 가운데 올해의 데이터 시각화상을 받은 두 가지 작품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려고 하는데요! 먼저 오늘 함께 볼 작품은 KBS창원 심층기획팀⋅시사기획창이 제작한 ‘소멸의 땅, 지방은 어떻게 사라지나’입니다. 2021 한국 데이터저널리즘 어워드에서 올해의 데이터 시각화 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내용과 구성, 표현하는 방식도 뛰어나지만 같이 고민해볼 만한 문제도 포함되어 있었거든요.
이 작품에서 사용한 데이터 시각화는 각각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고민해볼 만한 문제는 무엇인지 지금부터 함께 살펴볼까요?
데이터에 기반하여 콘텐츠를 작성해야 하는 이유
‘소멸의 땅, 지방은 어떻게 사라지나’는 수도권의 인구집중 문제로 인한 지방의 소멸 위기를 주제로 한 콘텐츠입니다. 경남 진주와 하동, 경북 의성과 군위, 대구, 부산 등 영남권 8개 시·군부터 전남 나주와 전북 익산, 광주 등 호남권 3개 시·군, 충북 진천과 음성 등 충청권 2개 군, 그리고 서울과 일본 도쿄와 히메지시, 도쿠시마현까지 17곳을 직접 취재하여 지방소멸 위기의 현실을 실증했어요. 이렇게 취재만 했다면 데이터 시각화 상을 수상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현장 취재와 더불어 데이터를 활용하였는데요!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토리라인을 전개하면 주장에 설득력을 더할 수 있습니다. 전문성과 신뢰를 높일 수도 있고요. 이렇게 현장 취재와 데이터 분석의 결과가 어우러져 탄탄한 콘텐츠가 완성되었습니다.
이때 사용된 데이터는 보통 통계청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볼 수 있는 거시적인 데이터가 아닌 마이크로데이터 통합서비스(MDIS, 고급 통계 분석이 가능한 특수 목적용 채널)의 인구 데이터 원자료를 사용했습니다. 통계조사 원자료에서 조사⋅입력오류 등을 수정한 데이터로 직접 통계 원소스에 접근하여 이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왜 콘텐츠에 인터랙티브 요소를 활용할까?
이 콘텐츠는 도시 절반이 소멸 위험에 직면한 일본의 사례를 들며 심각성을 일깨워주고, 지방의 실제 모습을 취재하여 ‘지방 소멸 위기가 심각하다’는 현 상황을 직접 전합니다. 스크롤링을 통해 전체 스토리를 인지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는데요, 이렇게 사용자의 반응에 따라 변화하는 콘텐츠를 인터랙티브 콘텐츠라고 합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콘텐츠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요. 스토리텔링을 강화하여 사용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설득할 수도 있죠.
여기에 영상, 이미지, 설문지 등 부가 요소를 삽입하여 사용자의 이해를 돕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문장에는 하이라이트도 넣었고요. 적절한 데이터 시각화 차트에 부가 요소를 더하면 데이터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더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영상을 누르면 팝업이 나타나는데요, 한 페이지에서 관련 내용을 볼 수 있기 때문에 페이지를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고 콘텐츠의 몰입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른 부가요소들도 한 페이지 안에서 모두 볼 수 있어 번거롭지 않았어요.
데이터 시각화 차트에 인터랙티브 요소를 더하면?
특히 시각화 차트에 인터랙티브 요소를 활용하면 더욱 효과적인데요,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콘텐츠를 다르게 볼 수 있기 때문에 관심과 집중을 유도하여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자유로운 데이터 탐색과 인사이트 도출도 가능하고요.
콘텐츠 후반에 나타나는 데이터 시각화는 스크롤링하는 타이밍에 맞추어 라인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요, 움직임이 생기다보니 몰입하게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데이터에 컬러를 표시하여 눈에 더 잘 띄게 했고요.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장점을 아주 잘 살린 구성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다음 파트에서 자세히 살펴볼 몇 가지 데이터 시각화도 필터를 선택하여 데이터를 탐색하는 인터랙티브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떤 데이터 시각화를 사용했을까?
본격적으로 ‘소멸의 땅, 지방은 어떻게 사라지나’에 삽입된 데이터 시각화를 살펴보겠습니다. 위치 정보를 포함하는 데이터를 사용하다 보니 지도 시각화가 필수인데요, 모두 같은 유형을 사용했다면 심심했을 텐데 다양한 스타일의 지도 시각화를 사용하여 단조로움을 피했습니다.
‘2019년 전국 읍면동 단위 빈집 지도’와 ‘2020년 우리 동네 소멸위험 지도’는 단계구분도를 사용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카토그램을 활용하였습니다. 세 가지 데이터 시각화 모두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다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맞춤형 인터랙티브 차트입니다.
1. 영역의 컬러를 기준으로 데이터간 차이를 알 수 있는 단계구분도
지역간 분포 차이를 색상이나 패턴으로 나타내는 지도 시각화 유형을 단계구분도라고 합니다. 이 콘텐츠에서는 컬러를 통해 구분하고 있어요.
통계청의 마이크로 데이터로 제작한 ‘2019년 전국 읍면동 단위 빈집지도’는 준공 뒤 1년 이상 빈 주택을 기준으로 제작되었어요. 왼쪽 하단의 컬러 범례를 통해 전국의 빈집률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데 컬러가 짙어질수록 빈집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버건디 컬러로 나타나는 지역의 빈집률은 무려 45%이상이에요. 전체적으로 빈집률 10%미만인 아이보리 컬러와 10~20%미만을 나타내는 연한 오렌지 컬러 계열이 많이 보입니다.
알고 싶은 시도/시군구/읍면동을 선택하거나 해당 지역을 클릭하면 빈집률과 총 가구 수, 빈집 수 등 상세한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을 선택하니 빈집률 53.71%라는 엄청난 수치가 나타났습니다.
다음은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만든 ‘2020년 지방소멸 위험 지도’입니다. 역시 컬러로 차이를 나타내는 단계구분도를 사용하였습니다. 지방소멸위험지수는 한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나눈 값으로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이면 소멸 위험지역이라고 정의합니다.
단계구분도의 장점은 컬러가 차지하는 면적만 보아도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왼쪽 하단의 컬러 범례를 통해 소멸위험지수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컬러가 붉어질수록 소멸위험이 높은 지역입니다. 이 시각화에서 붉은 컬러가주를 이루는 걸 보니 전국에 소멸 고위험 지역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수도권은 소멸위험이 매우 낮은 초록 계열이 많이 나타나네요.
2. 왜곡된 모습으로 임팩트를 전하는 카토그램
카토그램은 데이터 값에 따라 영역의 면적이 달라지는 지도 시각화 입니다. 지역의 고유한 크기가 다른 데서 발생할 수 있는 해석상 오류를 극복하기 위해 활용하는 유형입니다.
‘카토그램으로 보는 대한민국 지도’는 통계청의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하여 1960년대부터 2020년까지 지역별 인구 분포를 시각화하였습니다. 인구가 많을수록 면적이 커지는 형태를 보입니다.
카토그램을 보면 강원과 호남권 인구가 매우 적고 수도권의 인구는 꾸준히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에 가까울수록 수도권의 면적이 더욱 커지는 기형적인 모습을 보이죠? 이렇게 생소한 지도의 모습을 보니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으로 인한 심각성이 더욱 와닿습니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나타낸 데이터 시각화 유형이네요.
3. 화려한 디자인이 시선을 집중시키는 3D 시뮬레이션
특히 눈길을 끌었던 시각화는 3D 시뮬레이션입니다. 2019년 한 해 전국 각지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인구 데이터를 나타냅니다. 해당 지역으로 이동한 인구가 많을수록 연결선이 뚜렷하게 나타나는데요. 차트를 살펴보면 전국에 걸쳐 가장 많은 인구가 수도권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상단의 지역명을 클릭하면 해당 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한 인구 비율을 알 수 있습니다. 제작팀은 “수도권이 마치 블랙홀처럼 인구를 빨아들인다”고 이야기했는데요. 반짝이는 별을 흩뿌려둔 것 같은 데이터 시각화가 이를 잘 나타내주는, 디테일을 잘 살린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3D로 보는 인구이동’ 시각화의 지도는 우리가 항상 보던 위도와 경도가 아닌 뒤틀린 지도를 기본값으로 사용한 것이 특징입니다. 위의 시각화는 전라북도의 인구 이동을 나타낸 3D 시뮬레이션이에요. 왼쪽은 뒤틀린 지도이고 오른쪽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형태의 지도입니다. 어느 쪽 지도의 데이터가 더 잘 보이시나요?
왼쪽 지도는 각 지역의 연결선이 드러나 흐름을 알 수 있는데 오른쪽 지도에서는 데이터들이 겹쳐 있어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쉽지 않습니다. 데이터의 의미를 잘 전달하기 위하여 지도 자체를 뒤틀린 배치로 사용한 것은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지방소멸위험지수, 과장된 것은 아닐까?
‘소멸의 땅, 지방은 어떻게 사라지나’는 “지방소멸에 대한 한 편의 백서”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관련 정책⋅연구기관은 물론 언론과 학계 등에서도 호평이 이어졌고요. 텍스트와 사진, 그래픽, 동영상, 3D 데이터 지도 등을 활용한 입체적인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구축한 점도 주목할만합니다.
다만 사용한 데이터 자체에 대한 의문이 생겼습니다. 지방소멸지수를 계산하는 방법에 관한 문제인데요, 언급했던 것처럼 지방소멸지수는 한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나눈 값입니다. 여기에는 인구피라미드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40~60세(1960~80년대)가 제외되어 있습니다. 남성인구도 반영되지 않았고요. 지방소멸지수를 계산하는 인구에 소위 정부에서 ‘가임기 여성’이라고 하는 연령대만 포함된 것인지가 궁금하네요.
분석 대상 데이터 자체가 왜곡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지방소멸지수 자체에 의문이 생기며 지방소멸의 공포를 과도하게 조장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재의 데이터 산출 방식이 이를 잘 나타내고 있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데이터의 의미를 잘 전달하는 데이터 시각화를 제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데이터 그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는 안 되겠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몰입을 높여주는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힘!
지금까지 리뷰한 ‘소멸의 땅, 지방은 어떻게 사라지나’를 정리해볼까요? 이 콘텐츠는 4개의 지도 시각화 이외에도 라인, 막대 차트가 들어 있고 이미지, 동영상 등 부가 요소도 여럿 포함되어 있어 분량이 제법 많은 콘텐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챕터를 나누어 각 인사이트를 서술하며 효과적인 데이터 시각화 유형과 텍스트, 부가 요소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지루하다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특히 인터랙티브 시각화의 힘이 큰데요,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참여를 유도하여 관심을 유발하고 데이터를 직접 탐색하며 콘텐츠의 몰입감과 공감을 더해주기 때문이에요. 데이터 인사이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여러분도 데이터 인사이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이터 시각화와 스토리텔링을 강화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어우러져 내는 시너지를 느끼셨나요?
글보다는 영상을 선호하고, 짧고 간결한 형태의 숏폼(Short-Form) 소비가 늘어나며 호흡이 긴 글을 피하는 경향이 많은데요, 데이터 시각화를 기반으로 한 인터랙티브 콘텐츠라면 다소 호흡이 긴 글이더라도 관심 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다음 콘텐츠에서는 올해의 데이터 시각화 상을 수상한 또 하나의 작품,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에서 제작한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문재인 정부 싱크탱크’를 리뷰해보겠습니다. 이 콘텐츠에 삽입된 데이터 시각화 유형은 무엇이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함께 살펴볼 테니 기대해주세요!
Editor. 브랜드팀 귤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