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의 데이터 시각화 사례 알아보기
어느덧 2023년도 끝자락, 12월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렇게 연말이 되면, 저는 뭐니 뭐니 해도 ‘연말 시상식’이 기다려집니다. 박수갈채를 받으며 한 해의 공로를 인정받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내년에는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결심이 서면서 괜스레 제 마음이 벅차더라고요! 영화 분야에서는 얼마 전 열린 ‘청룡 영화상’, 음악 분야에서는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 등의 저명한 시상식이 열리는데요. 데이터 분야는 어떨까요?
데이터에 관련해서도 많은 시상식이 열리지만, 오늘은 ‘2023 한국 데이터 저널리즘 어워드’를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한국 데이터 저널리즘 어워드는 한 해 동안 한국 데이터 저널리즘 분야의 도전과 성과를 공유하고 우수한 보도를 시상하는 행사인데요! 올해의 데이터 시각화 상, 올해의 오픈 데이터 상, 올해의 데이터 저널리즘 혁신 상 등 6개 부문의 수상작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그중 뉴스젤리는 데이터 시각화 기업으로서 ‘올해의 데이터 시각화 상’을 수상한 두 작품을 여러분과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각 작품의 흥미로운 제작 배경과 사용한 데이터, 그리고 활용한 데이터 시각화까지 함께 알아볼까요?
1. 미씽, 사라진 당신을 찾아서
올해의 데이터 시각화 상을 받은 첫 번째 작품은 한국일보 엑설런스랩, 디지털미디어부, 기획영상부, 멀티미디어부에서 제작한 ‘미씽, 사라진 당신을 찾아서’입니다. 이 작품은 갈수록 증가하는 치매 실종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제작되었어요. 치매 실종 문제라는 하나의 주제에 인터랙티브 웹 콘텐츠, 인터뷰 등 22개의 콘텐츠가 포함되어 있는데요! 데이터 시각화가 활용된 두 개의 콘텐츠를 살펴보겠습니다.
a. 인터랙티브 콘텐츠 : 당신이 치매에 걸린다면
첫 번째로 살펴볼 콘텐츠는 ‘당신이 치매에 걸린다면’입니다. 이 콘텐츠는 치매 환자의 시야에서 바라본 세상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콘텐츠인데요! 실제 치매 환자의 외출 동선을 따라가며, 치매 환자들이 겪는 시각적 장애 요인을 효과로 접할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에서 주로 사용된 시각화는 ‘이동 경로 지도’입니다. 이동 경로 지도는 여러 지점 간의 연결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시각화 유형인데요! 지나가는 지점마다 점을 찍고, 두 개의 지점 사이를 점선으로 연결해 전체 이동 경로를 표현합니다. 위 지도에서는 실제 경로의 지점마다 점을 찍고 경로를 연결해서 한 치매 환자가 집에서 시장까지 가는 길을 나타냈어요.
또한, 치매 환자들이 겪는 6가지의 시각적 장애 요인에 대한 설명을 오른쪽 이동 경로 지도 시각화와 함께 보여주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오른쪽 지도에서 환자가 지나는 경로가 내리막길일 경우, 내리막길을 걸을 때 거리 감각이 떨어져 불안함을 느끼는 환자의 시야를 함께 보여줍니다. 이 밖에도 좁은 골목길에서 시야가 왜곡되거나, 횡단보도에서 주변이 흐려지는 등의 효과를 나타냈어요. 이렇게 효과와 지도 시각화를 같이 보니, 치매 환자가 지나는 길목마다 마주하게 되는 두려움을 더욱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위 지도는 실제 치매 환자의 GPS 데이터를 활용한 것으로, 집부터 목적지까지의 최적 경로를 직선으로 표현하고, 노란색 점선으로 치매 환자의 ‘배회’ 경로를 표현했습니다. ‘배회’란 목적지나 계획 없이 돌아다니는 것을 말하는데요. 치매 환자의 대부분에서 심각하게 나타나는 행동이라고 합니다. 심지어는 목적지가 있을 때도 걷는 도중 방향성을 잃고 방황하게 되는데요. 지도를 보면 평소 가던 길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배회 후에 다시 집으로 귀가하는 환자의 이동 경로가 노란 점선으로 드러납니다. 이 노란 점선은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면 자동으로 재생되는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되는데요! 이런 요소 덕에 더욱 몰입감 있게 콘텐츠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b. 보도 자료 : 배회 미스터리를 풀다
이번에는 치매 노인 32명의 GPS 데이터 6개월 치 중 유의미한 자료가 포함된 13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보도 자료를 살펴보겠습니다. 그중 도시에 거주하는 치매 노인과 시골에 거주하는 치매 노인의 다른 배회 패턴을 시각화한 사례가 있었어요.
위 시각화는 도시에 거주하는 치매 노인의 배회 패턴을 점 밀집도로 나타낸 것입니다. GPS 좌표가 기록된 위치마다 점을 찍었는데요! 점의 분포로 어떤 지역을 많이 배회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위 사례의 치매 노인은 ‘딸 집’이라는 목적지가 있음에도 점이 찍힌 위치가 불규칙적인 방사형 형태를 띠고 있는데요. 특히 집 근처에서 높은 점 밀집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도심 특성상 거리가 복잡하기 때문에 집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방향 감각을 상실했으리라 추측해 볼 수 있어요.
오른쪽 하단을 보면 작게 밀집도가 표시되어 있는데요! 이 밀집도는 점의 밀집도를 표현한 히트 맵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정 장소를 기준으로 일정 범위 내 점이 밀집한 정도에 따라 다른 색깔을 사용했는데요. 빨갛게 표현될수록 점, 즉 GPS 좌표가 많이 기록된 곳임을 알 수 있습니다. 위 사례에서는 집 근처가 가장 빨갛고, 집과 멀어질수록 밀집도가 낮아져 노란색, 연두색 등으로 표현되었어요.
이번에는 시골에 거주하는 치매 노인의 배회 패턴을 나타낸 점 밀집도를 살펴보겠습니다. 집 근처, 그리고 집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에도 과거에 소유했던 밭 근처에 점이 많이 찍혀 있는데요. 도시에 거주하는 치매 노인과 비교하면 일정한 경향성이 있습니다. 시골 길이 도시보다 단조롭기 때문으로 추측할 수 있어요.
위 지도의 오른쪽 하단에서도 역시 히트 맵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도시에 거주하는 치매 노인과 달리 집과 밭, 크게 2개의 위치 범위에서의 GPS 좌표의 밀집 정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편, 두 지도에서 모두 아쉬웠던 점이 한 가지 있었는데요! 밀집도에 활용한 색상에 대한 정보가 범례로 제공되지 않아서, 정확하게 데이터를 해석하기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지도 시각화의 범례가 함께 제공되었다면 시각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 같아요.
2. 화물차를 쉬게 하라
또다른 올해의 데이터 시각화 상 수상작은 시사IN, 브이더블유엘이 제작한 ‘화물차를 쉬게 하라’입니다. 이 작품은 화물차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이런 환경이 조성될 수밖에 없는 화물 운수 시장 구조의 문제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데요! 현장 취재와 데이터 활용이 적절히 어우러진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제작되었습니다. 그 속에서 화물차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 그로 인한 화물차 사고 두 가지 이야기에 대한 데이터 시각화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a. 화물차 기사 김씨의 하루
첫 번째 이야기는 ‘화물차 기사 김씨의 하루’입니다. 화물차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휴식 시간이 없는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시사IN은 화물차의 운행 기록이 담긴 DTG(Digital TachoGraph, 디지털 운행 기록 장치) 데이터를 활용해 화물차 노동자들의 삶을 알아보았는데요! 어떤 시각화 표현 방식을 활용했을까요?
위 차트는 한 화물차 기사, ‘김원식’ 씨의 2022년 9월 19일부터 10월 18일까지 30일간 업무 시간표를 시각화한 것입니다. 원을 30개의 일별 구역으로 나누고, 구역마다 24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알 수 있도록 6시간을 의미하는 막대 4개로 구성했어요. 이와 같은 형태의 시각화를 ‘방사형 막대 차트(radial bar chart)’라고 하는데요! 차트 중앙의 범례를 참고하여 막대의 색깔로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습니다.
차트에서는 매일 노란색 혹은 빨간색 막대와 회색 막대가 계속해서 교차하는 패턴이 발견되었는데요! 이것으로 주행 후 잠깐의 정차를 반복하는 김원식 씨의 근무 스케줄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검은색 막대는 고작 4개밖에 없다는 점이었어요. 분명히 한 달간의 시간표임에도 8시간 이상 연속으로 정차하는 시간은 4회, 일수로 따지면 약 6일밖에 없었습니다. 30일 중 대부분의 시간을 화물차 안에서 보냈다고 해석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불규칙한 화물차 노동자의 하루는 시각화 차트의 전체적인 모양새에서도 드러납니다. 주행과 정차가 반복되는 패턴이 규칙적이지 않아서 이리저리 튀어나온 막대들이 위태로워 보이는데요. 실제로 이 차트를 제작할 때 불규칙한 화물차 기사의 삶이 마치 낡고 위험한 타이어가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도록 시각화의 규칙을 정했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콘텐츠 중 위 차트가 삽입된 부분에서 스크롤을 내리면 마치 바퀴가 굴러가는 듯한 애니메이션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위태로운 노동 환경’이라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죠!
b. ‘도로 위 흉기’는 누가 만들어내나
두 번째로 소개할 시각화 사례는 화물차 노동 구조가 만든 사고에 관한 이야기, ‘도로 위 흉기는 누가 만들어내나’의 지도 시각화입니다. 이야기의 제목 중 ‘도로 위 흉기’는 화물차를 말합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화물차 사고’를 검색하면 중상, 추락, 사망 등 대형 사고에서 볼 법한 단어들이 심심치 않게 보일 정도로 화물차 사고는 매우 위험한데요. 지도 시각화로 화물차 사고 실태를 살펴볼 수 있었어요.
위 지도는 TAAS 교통사고 분석 시스템의 2012년부터 2021년까지 발생한 화물차 교통사고를 나타낸 점 밀집도입니다. 점의 분포로 그간의 교통사고 발생 현황을 짐작할 수 있는데요. 빨간색 점은 사망 사고를, 파란색 점은 부상 사고를 의미합니다. 지도를 보면 수도권과 광역시 인근에 많은 점이 집중적으로 분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차트를 보면서 ‘화물차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로가 있는 지역이라면 어디에든 점이 찍혀 있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지도 전체에 분포한 점의 개수가 전국에서 수많은 화물차 사고가 발생해 왔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어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에디터의 한마디
지금까지 2023년 한국 데이터 저널리즘 어워드 수상작의 데이터 시각화 활용 사례를 살펴보았는데요! 치매 환자, 화물차 노동자 등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몰입감 있게 읽어 볼 수 있었습니다. 적절한 애니메이션과 시각화 차트 사용이 글의 설득력을 더욱 높여 주었는데요! 치매 환자에 관련된 첫 번째 사례의 경우 보도 자료가 배포된 이후 보건복지부에서 치매 실종 예방 관련 구체적 개선 방안을 약속하는 등 사회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데이터 저널리즘’이란 기자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시각화 및 분석 등 다양한 방법으로 데이터를 활용해 보도하는 모든 과정을 의미하는데요! 이미 쓰인 기사에 그래프, 통계 수치 등을 첨부해 데이터가 보조적인 수단이 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주체가 되어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단순 데이터 활용 보도와 차이가 있습니다. 기존의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고, 직접 기자들이 데이터를 찾아내서 분석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알 수 없던 사실들을 발굴하는 매우 의미 있는 활동이에요. 오늘의 사례를 살펴보며 저도 데이터 저널리즘의 선한 영향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는데요. 데이터 스토리텔링 콘텐츠의 에디터로서 앞으로의 데이터 저널리즘의 목소리가 더 많은 사람에게 닿기를 더욱 기대하게 되었어요.
한국 데이터 저널리즘 어워드 웹사이트에 방문하면 데이터 시각화 상 외 다른 수상작들도 확인하실 수 있으니, 여러분도 한번 둘러보시는 건 어떨까요?
- 참고자료
- 왜 ‘데이터 저널리즘’인가?, KBS 뉴스, 2015-03-01
Editor. 기획팀 홍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