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소리 데이터를 수집해 시각화한 사례 3가지
우리는 매일 다양한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집 밖으로 나서는 순간만 떠올려 봐도 자동차 경적, 지하철에서 들려오는 안내 방송, 사람들의 대화와 통화 소리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소리가 주변을 가득 채웠을 텐데요. 일상 속 소리는 종류가 다양하고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단순히 귀로 듣기만 하면 놓치기 쉽습니다.
흘러가는 소리도 모으면 중요한 데이터가 될 수 있습니다. 소리를 기록하고 시각화해 보면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주변 환경의 변화나 패턴을 데이터 기반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요. 오늘은 일상 속 소리가 데이터 시각화를 만나 어떻게 새로운 인사이트가 되는지 3가지 사례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1. 도심 소음은 얼마나 심각할까? 브뤼셀 전역의 소리를 모아 만든 소음 지도
첫 번째로 소개할 시각화 사례는 2024년 4월 22일 Karim Douieb이 제작한 브뤼셀의 소음 지도입니다. 벨기에 수도인 브뤼셀에서는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소음을 관리하는 QUIET.BRUSSELS 계획을 세웠는데요. 지역 거주자들이 어느 정도의 소음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다양한 교통수단에서 발생하는 소음 지도를 제작하였습니다.
소음 지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데이터 수집이 필요합니다. 브뤼셀 지방정부와 환경 당국은 주요 도로와 공항 주변, 상업 지역에 설치한 고정 센서와 측정기를 활용해 소음 데이터를 수집했는데요. 완성된 지도를 살펴볼까요?

위 이미지의 지도는 모든 교통수단의 소음 수준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히트맵입니다. 색상으로 지역별 소음 수준을 구분했는데요. 초록색(45dB 이하), 노란색(45~50dB), 진노란색(50~55dB), 주황색(55~60dB), 빨간색(60~65dB), 파란색(65~70dB), 보라색(70~75dB), 회색(75dB 이상)으로 나타냈습니다. 일상 소음에 빗대어보면, 노란색은 가정 내 생활 소음, 빨간색은 일반적인 대화 수준입니다. 회색은 지하철이나 도로 교통 소음처럼 상당히 큰 소음을 나타냅니다.

소음의 크기를 색상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어느 구역이 더 시끄러운지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브뤼셀 공항이 인접해 있는 Marly, Haren 지역은 빨간색, 파란색, 보라색으로 높은 데시벨을 나타내는 색상으로 표현되어 주변 환경 요소가 도시 소음에 미치는 영향력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항공기 소음뿐만 아니라 도로 교통도 도시 소음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왼쪽 이미지는 구글 지도로 확인한 브뤼셀의 도로 모습인데요. 초록색과 회색 선이 주요 도로 구간을 나타냅니다. 도로 구간을 기준으로 오른쪽 지도를 살펴보면, 가장 높은 데시벨을 나타내는 회색 영역이 교통량이 많은 도로를 따라 형성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항 인접 지역 외에도 주요 도로를 따라 도시 전반에 소음이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위 소음 지도에서는 시각화뿐만 아니라 도시가 얼마나 시끄러운지 체험할 수 있도록 음향효과를 더했는데요! 컴퓨터 음향을 켠 다음, 특정 지역에 마우스오버를 해 녹음된 소리를 재생해볼까요? 단순히 색의 농도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소음의 종류와 강도를 실제 음향을 통해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2. 일상의 평화가 깨졌다?! 도시 공원 곳곳의 소리로 일상 변화를 알아본 사운드스케이프
두 번째 사례는 MIT Senseable City Lab의 Sonic Cities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팬데믹으로 달라진 도시의 일상을 보여주기 위해 팬데믹 전후 도심 공원에서 기록된 소리 풍경의 변화를 분석했습니다.
총 5개 도시 공원(뉴욕 Central Park, 샌프란시스코 Golden Gate Park, 싱가포르 Marina Esplanade, 런던 Hyde Park, 밀라노 Public Garden)의 산책 경로를 따라 소리를 수집했는데요. 팬데믹 이전의 소리는 2020년 1월 이전에 촬영된 공원 산책 유튜브 영상에서 추출했고, 팬데믹 기간의 소리는 자원봉사자들이 비슷한 시간대에 동일한 경로를 걸으며 소리와 GPS 데이터를 직접 기록해 확보했습니다.
수집한 소리 데이터는 각 공원의 지도를 3D로 재구성해 사운드스케이프로 가시화되었는데요.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란 소리(sound)와 풍경(landscape)이 합쳐진 단어로, 특정 장소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리를 한눈에 보여주는 차트 유형을 말합니다.

런던 하이드 공원(Hyde Park)의 사운드스케이프를 살펴볼까요? 위 이미지를 보면, 공원의 산책 경로를 따라 측정된 각 지점의 소리를 선 형태로 표현했습니다. 소리의 세기는 색으로 구분했는데요. 가장 조용한 소리는 초록색, 가장 큰 소리는 빨간색으로 표현해 각 지점에서 소리가 얼마나 크게 났는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위 사운드스케이프에서는 여러 필터링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데요. 필터링이란 사용자가 화면의 특정 요소를 클릭하면 선택한 조건에 따라 화면에 보이는 정보가 달라지는 기능을 말합니다. 먼저 차트 가장 하단에 팬데믹 전과 후의 소리를 비교할 수 있는 전환 버튼이 있습니다.

전환 버튼을 활용하면 동일한 공간의 소리 환경이 팬데믹을 기준으로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할 수 있는데요! 위 이미지에서 왼쪽은 ‘BEFORE COVID-19’를 클릭했을 때의 팬데믹 이전, 오른쪽은 ‘DURING COVID-19’를 클릭했을 때의 팬데믹 동안의 사운드스케이프입니다. 각각의 색상 분포를 비교해 보면, 팬데믹 기간에 빨간색이 더 많이 나타나는 것을 보아 전체 소리는 더 시끄러워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팬데믹 전후 변화는 어떤 소리에서 비롯되었을까요? 소리 유형별 변화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경사 차트를 활용해 알아보겠습니다. 위 경사 차트에는 새(birds), 인간 활동(human activity), 도시 소음(city sounds), 사이렌(sirens)의 네 가지 소리 유형이 표시되었는데요. 각 선을 클릭하면, 선택한 소리만 사운드스케이프에 반영되는 필터링이 적용됩니다. 필터 기능을 통해 여러 소리가 섞인 상태가 아닌 특정 유형의 소리가 팬데믹 전후로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더 집중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왼쪽의 경사 차트를 보면, 빨간색 선으로 표시된 인간 활동(human activity) 소리가 전체 소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에서 40%로 많이 감소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경사 차트에서 인간 활동 소리의 선을 클릭하면 오른쪽 이미지처럼 해당 소리만을 나타내는 사운드스케이프가 나타납니다. 위는 팬데믹 이전, 아래는 팬데믹 동안의 모습인데요. 팬데믹 이전에는 인간 활동 소리를 나타내는 선들이 공원 전반에 걸쳐 뚜렷하게 분포했지만, 팬데믹 기간에는 선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팬데믹 전후의 소리를 직접 듣고 비교할 수 있게 음향효과도 함께 제공했는데요. 산책 경로의 특정 지점에 마우스를 올리면 실제 녹음된 소리가 재생됩니다. 팬데믹 이전에는 ‘하하’, ‘호호’ 같은 웃음소리나 대화 소리처럼 ‘사람의 소리’를 뚜렷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반면 팬데믹 기간에는 전체 소리는 오히려 커졌지만, 바람, 새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 위주로 재생됨을 알 수 있습니다. 팬데믹으로 이동과 모임이 줄어들면서 인간 활동 기반의 소리가 많이 감소했음을 음향효과를 통해 명확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축구 현장 속 열기를 느껴보자! 관중석 팬들이 만들어낸 함성으로 이해하는 경기장 사운드 맵
마지막으로 소개할 사례는 The Economist가 FC 바이에른 뮌헨과 함께 진행한 ‘Reimagine the Game’ 프로젝트입니다. 2018-2019 분데스리가 시즌 중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5개 경기의 팬 함성을 시각화했습니다.
축구 경기는 보통 득점, 파울, 카드 수처럼 숫자 데이터에 주목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숫자 대신 관중의 ‘함성’을 데이터로 활용해 새로운 방식으로 경기를 들여다봤는데요! 경기장 곳곳에 마이크를 설치해 관중석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수집하고 경기장의 소리 지형을 그려냈습니다. 완성된 경기장 사운드 맵을 함께 살펴볼까요?
위 시각화는 2018년 8월 24일 열린 바이에른과 호펜하임(3:1) 경기의 좌석별 함성을 나타낸 사운드 맵입니다. 바이에른 팬 좌석은 빨간 점으로, 호펜하임 팬 좌석은 파란 점으로 표시해 두 팀의 응원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좌석마다 솟아오르는 막대는 소리의 세기를 나타내는데요. 함성이 커질수록 더 길게 뻗어 오르고, 작을수록 낮게 표현됩니다.

경기장 시각화 아래에는 경기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타임라인 막대 차트가 있습니다. 이 차트는 시간대별로 관중 함성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줍니다. 경기장 시각화와 마찬가지로 빨간 점과 파란 점으로 두 팀을 구분하고, 골, 파울, 교체 같은 중요한 순간은 아이콘으로 따로 표시했는데요. 축구공 아이콘은 득점 순간을, 호루라기 아이콘은 페널티 상황을, 사운드 아이콘은 그 외 주요 이벤트를 나타냈습니다. 각 아이콘을 클릭하면 해당 시점을 가리키는 흰색 선과 경기 시간이 표시되고, 3D 사운드 맵이 자동으로 재생됩니다. 실제 경기의 하이라이트 순간들을 살펴보며 차트를 해석해 볼까요?
위 영상은 전반전 바이에른의 선제골로 1:0이 된 순간입니다. 알리안츠 아레나가 바이에른의 홈구장인 만큼, 팬들의 함성 또한 대단했는데요! 골이 들어가는 순간 경기장 전역의 막대가 치솟으며 특정 팬 구역과 상관없이 폭발적인 반응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위 장면은 호펜하임의 득점으로 1:1 동점이 된 순간입니다. 막대의 움직임은 선제골 장면보다 전반적으로 작게 나타나 선제골에 비해 상대적으로 반응의 규모가 크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그래도 호펜하임 팬 구역을 의미하는 파란색 영역을 중심으로 작게나마 막대가 움직였는데요. 크진 않지만, 원정팀 득점에 대한 팬들의 반응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3D 경기장 맵에서 막대가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 마치 관중들이 파도타기를 하는 것처럼 보여, 팬들의 에너지를 간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사례 역시 시각화와 함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콘텐츠인데요. 타임라인 막대 차트에서 아이콘을 클릭하면 현장의 소리가 재생됩니다. 바이에른 선제골 순간의 골 아이콘을 클릭해 재생되는 소리를 위 영상에 담아봤습니다. 골이 들어가는 순간 터져 나오는 함성과 박수, 응원가까지 생생하게 들립니다. 소리를 끄고 볼 때는 막대의 변화를 통해 대략적인 소리 세기를 짐작했었는데, 음향효과와 함께 보니 상황별로 달라지는 팬들의 반응이 훨씬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에디터의 한마디
지금까지 소리 데이터를 수집해 시각화한 사례 3가지를 살펴보았습니다. 평소에는 흘려보내기 쉬운 소리도 기록하고 분석하면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된다는 사실을, 사례들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눈여겨볼 공통점이 있는데, 눈치채셨나요? 바로 음향 효과를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눈’으로만 보던 데이터 시각화를 ‘보고 듣는’ 방식으로 새롭게 경험할 수 있었는데요. 차트에서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어 몰입감은 물론이고, 데이터에 대한 이해도까지 함께 높일 수 있었습니다. 데이터 시각화가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라는 관점에서 볼 때, 소리라는 감각적 요소를 더해 내용을 더 깊이 이해하도록 만든 이번 사례들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또 어떤 소리를 시각화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까요? 이번 글이 여러분의 데이터와 시각화 활용에 영감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뉴스젤리는 새로운 시각화로 신선한 이야기들을 계속 전해드리겠습니다.
<참고 자료>
- Arianna Salazar Miranda, Sonic Cities: Listening to Parks During Lockdown, 2020-07-17
- environnement.brussels, Exposition à la pollution sonore : consulter nos cartes, 2024-04-22
Editor. 채젤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