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색적 데이터 시각화를 통한 문제해결 접근법으로, 앞서 제주도 대중교통에 대한 불만을 해결하자는 주제로 탐색적 데이터 시각화를 통해 데이터를 탐색하고, 최종 문제를 도출하는 과정을 간략히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편의 주제 키워드는, 전남 강진군에서 진행된 국민디자인단의 디자인씽킹 사례 중 하나인 ‘생리문제’입니다.
이번 역시, 데이터 기반의 디자인씽킹 과정 중에서도 문제해결의 앞 단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정의와 검증과정을 중심으로, 이 단계에서 주요하게 쓰이는 ‘탐색적 데이터 시각화’로 인한 특징과 이를 통한 인사이트 도출과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탐색적 데이터 시각화 과정으로 문제과정 들여다보기
창의적 문제해결전략이라 불리는 디자인씽킹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이며 많은 리소스를 쓰는 단계가 바로 [공감하기]입니다. 그만큼 문제에 대한 제대로된 이해와 니즈에 대한 공감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기존의 디자인씽킹 과정에서는 주로 정성적 분석기법을 활용하며, 공감단계에서 대상을 관찰하기 위한 페르소나 기법, 고객여정 지도 등은 물론 직접적인 현장 인터뷰와 장기간 체험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이러한 방법론들은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때로는 진행자의 주관적인 판단이나 긍정오류(False Positive)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탐색적 데이터 시각화를 통한 데이터 기반의 프로세스를 추가하면, 기존 과정에서 발생하는 한계들을 보다 정량적이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더욱 효과적인 문제해결 프로세스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제를 빠르게 탐색하고 분석하여 볼 수 있는 ‘탐색적 데이터 시각화’가 매우 효과적입니다. 단순히 시간적으로 효율성을 더할 뿐 아니라, 공감 과정에서 기존의 연구 기법들이 놓치기 쉬웠던 요소들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실제 사례분석을 통해 이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실제 사례 분석: 생리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자.
전남 강진군에서 진행한 이 사례는 남성이 쉽게 고민하기도 어렵고, 여성이 쉽게 고민할 기회도 부족했던 ‘생리’와 ‘생리대’의 인식개선을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프로젝트의 추진 배경은 해외에 비해 국내의 생리 문화가 상당히 열악하다는 니즈에서 시작했습니다. 이 프로젝트 사례를 통해 공감 단계부터 데이터로 문제까지 정의해보는 단계까지, 이미 해결된 문제를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지 검증해보는 것이 목적입니다.
1. 공감하기 – 핵심 키워드 도출
지난번 제주도 사례와 마찬가지로, 데이터로 문제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 필요합니다. 바로 ‘핵심키워드 도출’입니다. 제대로 된 문제를 정의하기 전에 ‘생리’와 관련된 여러 데이터를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먼저, 생리와 연관된 여론을 분석하는 소셜 데이터 분석 키워드를 살펴봅니다.
우선 부정적인 단어들이 가장 많이 눈에 띄기는 하나, 현재까지는 명확히 눈에 띌 만한 핵심 키워드는 없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명확한 통계자료는 어떨까요? 가장 명확하게 나타난 통계자료 중 하나는 2016-2018년간 생리대 파동이후 TOP5업체의 시장변유율 변화였습니다.
2018년 일명 ‘생리대 파동사건’ 이후, 2016년 과의 매출추이가 가장 급락한 곳은 ‘깨끗한 나라’였습니다. 그리고 깨끗한 나라와 관련된 키워드를 워드클라우드 차트로 시각화해보니 두각을 나타낸 단어는 ‘유기농_순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비슷한 해 이코노믹리뷰가 발간한 생리대 순면/유기농 매출비중에 따르면 2017년 생리대 파동이후, 계열사를 막론하고 유기농 생리대 매출이 급증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외에도 많은 사람이 참여한 청원은 아니었지만 일부 소수의 참여를 통해 국민 청원까지 진행했었던 사례도 발견하였고(아래 이미지), 환경 오염에 대한 생리대 문제를 언급했던 사례 중 하나로 여성환경연대에서는 일회용 생리대의 폐기 심각성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 단체에 따르면 매년 2억 만 개의 일회용 생리대가 버려지고, 이것을 늘어놓으면 20,000km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아이데이션을 통한 자료 수집과 함께 연관 데이터를 빠르게 살펴봤을 때 우선 공감단계를 통해서는 총 3종류의 가설수립을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 생리대 + 제대로 / 피해 / 유해성 / 환경오염
- 생리휴가, 생리공결제, 생리휴가제도 / 역겹다 / 상처받다 / 혐오스럽다
- 생리대 + 빡칠때 / 비싸다 / 기부
2. 가설수립
이를 통해서는 총 5가지의 가설을 수립하였습니다. 가설이 수립되면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탐색적 데이터 시각화 기법을 통해 빠르게 키워드를 통한 가설을 검증해보고, 올바른 문제정의가 가능합니다.
3. 가설검증 – 1) 유해물질 걱정 없는 제대로 된 생리대가 필요하다
첫 번째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각종 시사 뉴스에 언급된 데이터와 논문 등을 통해 일회용 생리대의 유기화합물 방출농도 데이터와 전문가의 의견, 생리대 파동 일지 등에 대한 데이터를 활용하였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얻게 된 결론은, 일회용 생리대가 일부 화학 물질을 발생시키는 것은 사실이나 세탁처리하게 되면 화학물질이 상당수 사라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기존의 가설을 “유해물질 걱정 없는 제대로 된 생리대가 필요하다”에서 “유해물질 걱정 없는 제대로 된 일회용 생리대가 필요하다”로 조금 더 적절하게 수정할 수 있었습니다.
3. 가설검증 – 2) 생리휴가는 불필요하다
두 번째 가설은 생리휴가에 대한 부정적인 워드클라우드로 인해 도출해보았던 “생리휴가는 불필요한가?”입니다. 이를 위해 먼저 생리휴가 키워드에 대한 소셜 분석 데이터와 사업장의 규모에 따른 생리 휴가 사용 여부의 용이성 혹은 직급별 생리 휴가 제도의 존재여부 등에 대해 데이터 시각화 기법을 통해 다양한 탐색적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이 결과를 요약해서 얻을 수 있는 인사이트는, 생리휴가 제도가 대체로 사업장마다 존재하며 평균40%는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 생리휴가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전제할 때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를 추가적인 데이터로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 결과, 실제로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연차 휴가’ 역시 모든 직급에서 40% 미만의 사용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생리휴가이므로 40% 미만의 사용률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휴가 제도 자체에 대한 사용률이 저조하다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두 번째 가설이었던 “생리휴가는 불필요하다”는 가설은 기각됩니다.
3. 가설검증 – 3) 생리에 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세 번째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생리에 관한 인식을 대표하는 ‘생리휴가’라는 키워드를 다시 한 번 사용해서 데이터를 탐색해봤습니다. 생리휴가 외에도 연차휴가, 병가, 경조휴가 등 휴가 제도를 나타내는 단어들과 관련된 소셜 데이터 활용을 통해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생리휴가는 사실상 비슷한 특정 조건의 사람만 사용할 수 있는 병가, 경조휴가에 비해 휴가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보다는 사용하는 주체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상당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생리가 어렵고 힘든 일이 되지 않게 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수렴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기존 가설인 “생리에 관한 인식 전환은 필요하다”는 결국 “생리가 어렵고 힘든 일이 되지 않게 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로 구체화되어 다듬어질 수 있었습니다.
3. 가설검증 – 4) 돈 걱정 없는 생리대 확보가 가능해야한다
한 달 평균 생리대로 인한 지출은 얼마정도 일까요? 네 번째 가설인 ‘돈 걱정 없는 생리대’의 필요성을 검증하기 위해 먼저 생리대 연간 사용금액을 산출해보았습니다. 국가별 생리대 가격 평균 금액(좌)에 따르면 개별 생리대 가격 331원 * 서울시 통계기준 생리대 사용개수(우)인 480개를 곱하면 매년 생리에 지출하는 비용은 연간 약 16만원 수준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이 16만원이라는 금액이 어느정도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가구별/연령별/교육수준별 의료비 데이터를 시각화해보았습니다.
이를 전체 지출 대비 비율로 다시 계산해보면, 생리대에 지출하는 연간 16만원은 전체 지출 중 1.35%의 비율로, “주택마련자금을 위한 저축”보다도 많은 지출인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데이터에서 생리대 지출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30세 미만 여성들에게는 더욱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돈 걱정 없는 생리대 확보는 필요한 가설로 검증되었습니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나머지 가설에 대한 검증도 진행했다고 가정했을 때 처음 수립한 가설 대비 최종 검증된 가설은 총 4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유해물질 걱정 없는 제대로 된 생리대가 필요하다(O)
- 생리휴가는 불필요하다 (X)
- 생리가 어렵고 힘든 일이 되지 않게 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O)
- 돈 걱정 없는 생리대 확보가 가능해야한다 (O)
- 화학약품이 사용된 일회용 생리대는 환경오염의 주범이다(O)
이렇게 채택된 가설을 통하여 제대로 된 문제정의를 진행하보면 아래 3가지로 최종 요약됩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기존의 일반적인 디자인씽킹 공감과 문제정의 도구를 사용하여 오랜 시간과 노력 대비 문제정의를 진행했던 것과 비교하면 탐색적 데이터 시각화를 통해 이러한 리소스를 몇 배로 줄이고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생리가 어렵고 힘든 일이 되지 않게 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30세 미만 여성에게 돈 걱정 없는 생리대 확보가 가능해야 한다
몸과 환경을 고려한, 유해물질 걱정 없는 제대로 된 일회용 생리대가 필요하다
데이터 시각화는 다양한 활용이 가능합니다. 이번에 다룬 디자인씽킹의 관점에서는 공감과 문제정의 단계에서 활용되는 탐색적 시각화를 중점으로 살펴보았지만, 이 외에도 아이데이션 단계와 프로토타입 단계, 그리고 테스트 단계에서 활용되는 데이터 시각화의 요약적인 정보 전달 기능을 활용하면 수 많은 아이디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빠르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테스트 단계에서 나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시 문제 정의나 아이디어를 수정하며 실질적인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완성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탐색적 시각화 외에도, 요약적 시각화의 기능 등을 통해 또 다른 문제해결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BY. 박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