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시각화로 살펴보는 기후변화 3가지
매년 3월 마지막 주 토요일, 밤 8시 30분이 되면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정전이라도 된 듯 건물의 불이 갑자기 꺼집니다. 바로 ‘어스아워(Earth Hour)’ 캠페인인데요. 세계자연기금(WWF)이 주관하는 이 캠페인은 기후 위기와 생물다양성 감소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전 세계 시민들이 1시간 동안 불을 끄고 지구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날입니다.
어스아워 캠페인처럼 최근 들어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를 말하는 행사와 캠페인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데요. 그만큼 우리가 경험하는 위기감도 점점 커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기후변화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생각해 보니 기후변화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정확한 뜻에 대해 찾아보았는데요. ‘기후변화’와 비슷한 ‘기후변동’이라는 용어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둘은 무엇이 다를까요?
기후변동은 긴 시간 동안 약간의 변화를 보이지만 평균값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자연적인 기후의 움직임을 의미합니다. 변동은 있지만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변화죠. 반면, 기후변화는 자연적인 기후변동의 범위를 벗어나 더 이상 평균적인 상태로 돌아오지 않는 평균 기후계의 변화를 뜻합니다. 기후변화의 대표적인 예시로 지구의 장기적인 온도 상승을 의미하는 지구온난화를 꼽을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기후변화는 지구에 어떤 변화를 불러오고, 우리에게 어떤 결과를 보여줄까요? 오늘은 데이터 시각화 사례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세 가지 변화를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시각화 차트와 함께 지구가 우리에게 보내는 변화의 신호를 한 번 따라가 볼까요?
첫 번째 변화 : 녹아내리는 빙하, 사라지는 땅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서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은 바로 빙하입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 상승은 남극, 북극, 히말라야 등 지구 곳곳의 주요 빙하들이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전 세계적으로 저지대 도시와 섬 지역이 사라질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요.
이런 전 지구적인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곳이 바로 ‘미국 몬태나주 글레이셔 국립공원’입니다. 글레이셔 국립공원은 1900년부터 지금까지 120년 동안 지속적으로 빙하를 모니터링 해오고 있습니다. 100년 전만 해도 150개의 빙하가 존재했지만, 지금은 오직 25개의 빙하만 남아있을 정도로 빙하 감소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위 시각화 자료는 1966년과 2015년, 50년간 글레이셔 국립공원에 있는 39개 빙하의 변화를 추적한 픽토그램 차트(Pictogram Chart)입니다. 픽토그램 차트는 도형이나 아이콘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데이터의 크기를 표현하는데요. 위 차트에서는 빙하 모양을 활용했네요! 회색과 파란색 두 가지 색상으로 각각 1966년과 2015년의 빙하 범위를 표시하고, 동일한 데이터 유형의 시각화 차트를 나열하는 스몰멀티플즈(Small Multiples) 방식으로 범위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각 차트 상단에서는 줄어든 빙하의 면적과 비율을 텍스트로 표기했습니다. 50% 이상 줄어든 곳은 텍스트에 노란색 음영을 표시해 절반 이상 줄어든 빙하가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위 이미지 한 가운데 Two Ocean이라 이름 붙여진 빙하 픽토그램을 보면 무려 82%, 87 acres(에이커)가 줄어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겠네요! 전체적으로 차트를 보면 회색 영역의 크기보다 파란색 크기가 작아져서 빙하의 영역이 많이 줄어든 것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글레이셔 국립공원은 1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빙하를 추적하며 연구해 온 기후변화의 살아있는 실험실이자 전 지구적인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할 수 있는 센서 역할을 하는 곳으로 의미가 더 큰데요. 문제는 이런 빙하 감소가 단순한 자연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녹아내린 빙하는 해수면 상승을 불러와 전 세계 해안 도시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데요. 어느 정도일까요?

2100년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4°C 상승할 경우를 가정한 아시아 침수 예상 지도를 보면, 그 심각성이 더욱 명확해집니다. 위 차트는 단계구분도로 해수면이 2m 상승했을 때의 시나리오와 8.9m 상승했을 때의 시나리오를 각각 남색과 청록색으로 구분해 침수 지역을 시각화로 표현했습니다. 중국 상하이, 태국, 베트남 등 주요 도시와 지역이 침수 위험에 노출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베트남과 태국의 경우는 그 정도가 특히 심각한데요. 지도 왼쪽 위를 보면 해수면이 8.9m 상승할 경우, 태국의 수도인 방콕도 침수될 가능성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도 중앙 부분은 1,70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메콩강 유역인데요, 해수면 상승으로 메콩강 유역의 ⅖가 침수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거주지나 경제 활동 지역에 피해가 발생하면서, 어쩔 수 없이 이동해야 하는 기후 난민이 발생하는데요. 이는 단순히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직면할 수 있는 현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 역시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이런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더 위험하게 느껴집니다.
두 번째 변화 : 뜨거워진 바다, 쏟아지는 비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서 해수면 온도도 함께 상승하고 있습니다. 해수면 온도가 오르는 것이 왜 문제가 될까요? 바다와 대기 사이의 순환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해수면 온도가 오르면서 바다에서 대기로 증발하는 수분이 증가하고, 이 수분이 구름을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구름은 강수량 증가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아래 지도는 144개국의 84년(1991년~2024년)간의 기준 강수량(1991년~2020년의 평균) 차이를 시각화한 히트맵입니다. 차트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강수량 패턴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지도에서 검은 점은 각 국가를 뜻하는데요. 검은 점을 감싸는 원은 색을 기준으로 파란색은 기준 강수량과 비교해 강수량이 늘어났음을, 빨간색은 강수량이 줄어들었음을 보여줍니다. 위 시각화는 히트맵과 영역차트를 함께 구성해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데요. 지도 아래의 영역차트를 통해 1940년부터 2024년까지의 기준 강수량을 기준으로 한 전 세계 평균 총강수량의 변화를 볼 수 있습니다. 영역 차트의 각 지점마다 마우스오버를 하면 해당 지점의 연도와 자세한 수치를 툴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하단 영역차트의 색이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는 지점이 궁금해 마우스를 올려보니 툴팁을 통해 해당 시점이 2000년이고, 전 세계 총 강수량이 기준 강수량보다 2.1mm 많았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2000년을 기준으로 영역 차트 전체를 해석해 볼까요? 왼쪽은 2000년 이전으로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어 총 강수량이 기준 강수량보다 적었고, 2000년 이후로는 파란색으로 표시된 것으로 보아 세계 평균 총 강수량이 증가하는 추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도에서 검은 점을 클릭하면 영역차트가 해당 국가의 데이터로 변경되면서 총 강수량이 기준 강수량보다 얼마나 초과/미달 되었는지 할 수 있는데요. 이와 같은 인터랙티브 기능으로 차트에서 총 144개국의 1940년부터 2024년까지의 많은 정보를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강수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단순히 ‘비가 많이 내린다’라는 뜻일까요? 비가 내리는 원인부터 생각해 보면, 여름에 자주 발생하는 폭우, 집중호우, 홍수 같은 기상현상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됩니다.

관련해 소개할 시각화 차트는 아시아 지역에서 2010년부터 2021년까지 발생한 홍수 유형을 분석한 유닛 차트(Unit chart)입니다. 유닛 차트는 데이터를 기호로 표현하고, 유닛의 개수로 데이터의 크기를 비교합니다. 위 차트에서는 동그라미 색으로 홍수의 유형을 구분 지었습니다. 차트를 해석하기 위해 홍수의 종류에 대해 먼저 알아볼까요? 주황색으로 표시된 Flash flood는 돌발홍수로 폭우가 내린 후 3시간에서 6시간 이내에 발생하는 홍수를 말합니다. 파란색은 Riverine flood는 하천 범람에 의한 홍수로 강이나 하천이 둑(제방)의 수용 능력을 초과해 발생하는 홍수를 말합니다. 연두색은 기록되지 않은 홍수를 뜻하고 있습니다.
차트를 통해 홍수의 발생 비율을 보면, 2010년에는 하천 범람에 의한 홍수가 많았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하천 범람에 의한 홍수는 줄어들고 돌발홍수와 기록되지 않은 홍수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2020년에는 돌발홍수 사례가 19건으로 급증했습니다. 많은 기상전문가들은 돌발홍수의 주요 원인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폭우 증가를 꼽고 있는데요. 여름에 자주 발생하는 폭우, 태풍, 홍수와 같은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단순한 우연이나 일시적인 변화가 아니라 기후 변화라는 큰 틀에서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볼 수 있겠네요.
세 번째 변화 : 뜨거워진 도시, 쓰러지는 사람들
지구 온도가 올라가면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집니다. 이에 따라 지구가 받는 태양 복사 에너지는 더 많이 흡수되고 반사되는 에너지는 적어져 대기 온도도 올라가게 됩니다. 특히 도시에서 이런 변화가 더욱 두드러집니다. 도시 열섬 현상(Urban Heat Island Effect)은 도시 지역이 주변 농촌 지역보다 더 높은 온도를 보이는 현상인데요. 도시를 구성하는 건물, 도로, 인공구조물의 높은 비율과 차량, 공장이 발생시키는 인공 열, 인구 밀집으로 인한 열 발생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 도시 열섬 현상이 더욱 심화되어 도시의 기온이 더 높아지고, 폭염과 같은 극단적인 고온 현상이 빈번해지는데요.

지난 2024년 미국 애리조나의 최대 도시인 피닉스주에서 37도가 넘는 폭염이 100일 지속되는 기록적인 더위가 발생했습니다.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645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파닉스주는 원래 평균 기온이 높은 지역이었을까요? 연신 쏟아지는 보도에 궁금함이 들어 파닉스의 여름(6월~8월) 평균 기온 그래프를 살펴보았습니다. 위 시각화 자료는 산점도로 1896년부터 2024년까지 각 해의 여름 평균 기온을 빨간색 점으로 표시했습니다. 검은색 선은 10년 평균 기온을 보여주는 추세선인데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추세선을 따라가 보면 1980년 이후로는 화씨 90도(약 27°C) 이하로 내려오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추세선을 통해 파닉스주의 여름 평균 기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폭염은 피닉스주만의 특수한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 볼 수 있는데요. 한국 또한 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도시의 기온이 오르고, 폭염이라 불리는 맹렬한 더위가 지속되면서 우리의 건강과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바로 온열질환인데요. 열에 장시간 노출될 때 발생하는 질환으로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 등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발생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2011년부터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위 차트는 질병관리청에서 발행한 감시체계 보고서에 수록된 2011년에서 2024년 폭염일수와 온열질환자수를 보여주는 콤보 차트(Combination chart)입니다. 콤보 차트는 막대 차트와 선 그래프를 하나로 합친 형태로, 두 개의 데이터를 하나의 차트로 표현해서 비교할 때 사용합니다. 위 차트에서는 Y축을 이중 축으로 표기해 데이터 해석을 돕는데요. 위 차트에서는 회색 막대 차트는 왼쪽을 축으로 온열질환자수를, 빨간색 선 그래프는 오른쪽을 축으로 폭염일수를 나타냅니다.
차트를 보면 2011년에서 2023년 사이 가장 더웠던 해는 2018년으로 폭염 일수는 31일, 온열질환자수는 4,526명이었습니다. 2018년은 서울이 39.6도, 홍천이 41도까지 최고 기온이 올라가며 대한민국 역사상 두 번째로 심한 폭염을 기록한 해였습니다. 전체적으로 차트를 보면 폭염일수가 늘어날 때마다 온열질환자 수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2011년에는 온열질환자 수가 500명도 채 되지 않았지만, 2023년에는 그 5배가 넘는 2,819명이 발생했습니다. 시각화를 통해 온열질환으로 병원을 방문한 사람들의 숫자를 보니, 폭염이 우리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 더 여실히 느껴졌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에디터의 한마디
지금까지 기후 변화가 지구에 어떤 변화를 불러왔는지를 함께 알아보았는데요. 가장 큰 원인에는 지구의 온도 상승이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해 우리의 삶의 터전이 사라지고, 바다 온도와 해수면 상승으로 폭우, 홍수 더 나아가 폭염으로 인한 피해까지.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이상기후의 결과들이 실제로 얼마나 심각한지, 얼마나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인 문제인 만큼 과학자들이 쌓아온 수많은 연구와 논문이 있는데요. 오늘 예시로 보여드린 픽토그램, 히트맵, 유닛 차트, 콤보 차트 등 다양한 데이터 시각화 자료들을 통해 어려운 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변화 1’에서 소개한 [글레이셔 국립공원의 빙하 감소 비교] 사례에서 시기를 색으로 구분해 빙하의 면적 변화를 표현한 방식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여러분은 어떤 데이터 시각화 사례가 기억에 남으시나요?
이번 글을 작성하며 데이터 시각화가 기후변화의 원인과 결과를 알기 쉽게 보여주는 데 중요한 연결 도구임을 다시 한번 느꼈는데요. 여러분도 오늘 읽은 글 속 다양한 시각화 자료를 통해 어려운 내용이 조금 더 쉽게 이해되었기를 바랍니다.
<참고 자료>
- 알기쉬운 기후변화, 국립기상과학원
- Nadja Popvich, “Mapping 50 Years Melting Ice in Glacier National Park”, The NewYour Times, 2017-05-24
- Rayson Lau, “Going Under:How sea level rise is theatening to sink major Asian cities”, Kontinentalist, 2019-07-29
- Climate change, “Ocean Warning”, NASA
- Nobu Kimura, “144 Countries Average Difference 1940-2024”, Tableau public, 2025-04-26
- Gwyneth Chang, “Asia’s flood: Once a blessing, now a curse?”, Kontinentalist, 2021-07-15
- lan Livingston, Erin Patrick O’Connor, Naema Ahmed, “In a first, Phoenix hits 100 straight of 100-degree heat”, The Washington Post, 2024-09-03
- 온열질환의 종류 및 응급조치 방법, 질병관리청
- 이주현,안대식,안윤진, “2023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 결과”, 질병관리청 공식 학술지 주간 건강과 질병, 2024-07-14
Editor. 브랜드팀 진젤리
